2025년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의 나이로 선종(善終)했습니다.
‘선종’이란 가톨릭에서 교황이 생을 마감할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생을 ‘선하게 마쳤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서거 이상의 뜻을 가지며, 가톨릭 전통과 신앙 공동체의 존경심을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계기로, 많은 이들이 교황직의 독특한 성격과 그 역사적 의미,
그리고 교황 선출 방식에 대해 다시금 주목하고 있습니다.
종교를 넘어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쳐온 교황직의 원칙과 절차를 살펴봅니다.
교황직은 왜 종신직인가?
교황(Pope)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며, 전통적으로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여겨집니다.
초대 교황으로 간주되는 베드로가 순교할 때까지 사명을 지켰던 것처럼,
교황직 역시 선종할 때까지 책임을 다하는 종신직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이는 지도자의 교체가 자주 이루어질 경우 교회 내부의 분열과 외부 정치적 개입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안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됩니다.
가톨릭 교리서에 따르면, 교황직은 단순한 행정직이 아닌 신앙과 도덕의 최종 판단 권한을 가진 자리로,
신자의 영적 지도자로서의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882항).
이러한 이유로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일치를 대표하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예외적 교황 사임 사례
종신직이라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몇몇 교황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2013년 베네딕토 16세입니다.
그는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며 “교회를 이끄는 데 필요한 체력과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는 1415년 교황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약 600년 만의 일로,
당시 서방 교회의 분열(대분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사임했던 그레고리오 12세와 비견됩니다.
그보다 앞선 1294년, 교황 첼레스티노 5세는 정치적 권력 다툼과 교황직의 세속성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그는 평생 수도원에서 수도생활을 하다 권유에 의해 교황직에 올랐지만, 다섯 달 만에 교황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이처럼 교황의 사임은 매우 예외적인 사건이며, 교회 역사 속에서 몇 차례밖에 없었던 일입니다.
교황은 어떻게 선출될까? – 콘클라베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할 경우, 새로운 교황은 ‘콘클라베(Conclave)’라는 선출 절차를 통해 결정됩니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하며, 추기경들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투표를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추기경은 전 세계에서 만 80세 미만인 이들로 제한됩니다.
교황 선출에는 전체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며, 이는 분열 없이 교황직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투표 결과는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을 통해 흰 연기(선출 완료)와 검은 연기(선출 실패)로 전 세계에 알려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2013년 콘클라베를 통해 다섯 번째 투표에서 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남미 출신 최초의 교황으로, 청빈과 사회적 약자 보호, 환경 문제 대응 등 개혁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변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직의 권위를 세속적 권력이 아닌, 나눔과 사랑,
그리고 약자 보호라는 가치로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 가톨릭 내 성범죄 처벌 규정 강화 (2021년 교회법 개정)
- 낙태한 여성에 대한 용서 권한 확대
- 동성 커플 축복 허용 (2023년)
- 기후위기 대응 촉구 및 생태적 회개 강조 (회칙 『찬미받으소서』, 2015년)
그의 이러한 행보는 교황직이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인류 공동체와 사회 문제에 책임을 지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맺으며: 종교를 넘어선 교황직의 의미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은 단순한 리더십 교체가 아니라,
종교적 상징과 국제사회에서 교황직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다음 교황 선출을 앞두고 있는 지금, ‘종신직’이라는 원칙이 지닌 안정성과 책임의 의미,
그리고 그 예외적 사임이 가져온 변화들을 되짚어보는 것은 신앙 공동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사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바티칸 출판국
- Vatican News (https://www.vaticannews.va/)
- BBC, CNN, AP 통신 주요 보도 (2025년 4월)
- 김선종, 「해석학적 실재론에 근거한 성서해석과 설교신학에 관한 연구」, 『성경원문연구』, 제74호, 2021
- 대한성서공회 성경원문연구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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